지난해 12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피해 규모를 키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안전성 경고를 묵살한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유력 매체가 무안공항 관련 26년 치 자료와 최초 설계 도면, 전문가·유가족 의견을 종합해 탐사보도를 내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999년 무안공항 최초 설계도에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항공기 충돌 시 쉽게 부러지도록 목재나 강철로 설치해야 한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하지만 2003년 설계 변경 과정에서 충돌 시 파괴력이 약한 구조물 대신 단단한 콘크리트 지지대로 바뀌었고, 국제 안전 규정상 요구되는 활주로 이격 거리도 지켜지지 않았다.
무안공항 운영사인 한국공항공사는 2007년 개항 전 국토교통부에 로컬라이저가 활주로에서 지나치게 가깝다고 우려를 전했으나, 정부는 개항 승인 이후 감사에서도 문제를 재확인하지 않았다. 이후 2020년 항행시설 정기 개편 시에도 콘크리트 둔덕을 해체하지 않고 오히려 슬라브를 추가해 강도를 높이는 설계 변경안을 승인했다. 이로 인해 참사 10개월 전인 2024년 2월 활주로 끝 높이 2m, 로컬라이저 포함 시 4m 규모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완성됐다.
제주항공 여객기 7C2216편은 2024년 12월 29일 태국발 무안공항 착륙 시 조류충돌로 비행 안정성을 잃고 활주로를 이탈했다가 이 콘크리트 둔덕과 정면 충돌하며 폭발했다.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목숨을 잃었고, 사고 조사 전문가들은 “활주로 끝 200m 이내에 견고한 구조물이 있어 항공기가 정상 제동 기회를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사고 유가족 측은 “사고가 일어난 직접적 이유와 참사 규모를 확대시킨 ‘죽음의 둔덕’은 별개”라며 구조물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안전 책임을 져야 할 설계·시공·감독 주체들은 모두 경고를 무시한 채 비용과 편의를 우선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은 설계 변경의 잘못된 선택과 정부 규제 당국의 안일한 태도가 맞물려 만든 인재(人災)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고 후 해당 구조물은 철거가 결정됐으나, 참사를 막을 마지막 기회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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