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 무역·투자 협상단과 만난 자리에서 ‘엄지척’ 사진이 공개됐다. 이번 만남은 한국이 더 이상 일방적인 현금 지원자가 아니라 자국의 기술과 산업을 협상의 주축으로 삼겠다는 전략 전환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이 부과하던 관세율을 당초 위협치인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대신 앞으로 3년 반 동안 3500억 달러를 미국 내 투자하고, 1000억 달러어치의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이 중 1500억 달러는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이름 아래 미국 조선 산업 재건 프로젝트에 투입돼 미 해군 함정 건조·정비 역량을 보강하는 데 쓰인다.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원자력 등 첨단 산업에 배분될 예정이다.
이번 합의는 과거 ‘현금 방위비 분담’에서 벗어나 산업 연계를 통한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한국을 ‘무임승차자’로 지칭하며 방위비 인상을 압박했던 것과 달리, 한국은 자국 조선·반도체 기술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 내 산업 생태계 강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협상 지형을 재구축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구도에서 벗어나 ‘안미경미(안보·경제 모두 미국 중심 협력)’ 시대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디지털·AI·우주산업 등 미래 첨단 분야에서도 한미 공동 연구·개발과 시장 개방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미국 내 정치 변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지나친 산업 연계 확대는 오히려 전략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향후 투자 집행 방식과 금액 배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한편,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면서 공정한 파트너십을 유지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이 기술과 산업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안미경미’ 전략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 한미 협상의 향방과 이를 토대로 한 한국의 산업·외교 정책 방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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