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 캄보디아 간의 갈등이 급격히 악화하며 태국 정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1일, 태국 헌법재판소는 캄보디아의 훈센 전 총리와의 통화 내용이 유출돼 자국군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패통탄 친나왓 총리에 대해 직무 정지를 명령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5월 말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 지역에서 벌어진 총격전으로부터 시작됐다. 양국 간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패통탄 총리는 지난달 15일 훈센과 전화통화를 했고, 여기서 캄보디아에 강경 대응을 주장한 자국군 지휘관들을 ‘반대편’이라 칭하며 훈센에게 이들의 말을 듣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 통화 내용이 지난달 18일 온라인상에 공개됐고, 유출 논란에 휩싸이자 훈센은 자신의 SNS에 전체 녹음 파일을 직접 올렸다.
이후 태국에서는 패통탄 총리에 대한 반발이 거세졌다. 지난달 28일 방콕 전승기념탑 광장에서는 최대 1만 명의 시민이 패통탄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패통탄 총리가 국경 갈등 과정에서 자국군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상원의원 36명의 해임 청원을 받아들여 재판 개시를 선언하고 총리 직무 정지를 결정했다.
패통탄 총리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받아들이며 사과했지만, 통화의 의도는 국경 갈등의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태국 내 여론은 냉담한 상태다.
태국 정가의 혼란을 초래한 훈센 전 총리에 대한 비난도 크다. 훈센은 이번 사건을 사실상 주도했으며, 그가 타국 총리와의 사적 통화를 공개한 것은 외교 관례상 부적절하며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훈센은 오히려 군복을 입고 국경 지역을 방문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태는 패통탄 총리뿐 아니라 태국 정치를 장악해온 탁신 친나왓 가문의 최대 위기로 번지고 있다. 탁신 전 총리 역시 과거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왕실을 비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패통탄 총리는 직무정지 직전 문화부 장관을 겸직하는 새 내각 명단을 태국 국왕에게 제출해 승인받았다. 이를 두고 직무정지를 예상하고 사전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패통탄 총리는 총리직은 정지됐지만 장관 신분으로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상태다. 태국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향후 태국 정국의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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