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Post

재외국민 뉴스채널 인터넷신문등록번호 경기 아 54541

Advertisement

반복되는 천일염 노동착취…‘값싼 소금’ 뒤에 가려진 인권

국내 천일염 생산 현장에서 노동자 폭행과 감금, 임금체불, 강제근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2014년 전남 신안의 이른바 ‘염전 노예’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실태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됐지만, 10년 넘게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2026년 6월 전남 영광의 한 염전에서는 장애가 있는 노동자들을 폭행·감금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업주 등 3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노동자들을 외부와 단절된 환경에서 장시간 일하게 하고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염전 노동착취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외부와 떨어진 작업 환경이 있다. 노동자가 염전 안에 마련된 숙소에서 생활하면 고용주에게 주거와 식사, 교통, 금융 관리까지 의존하게 된다. 가족과 연락이 끊겼거나 지적장애가 있는 노동자는 피해 사실을 신고하거나 현장을 벗어나기가 더욱 어렵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실제 근무시간과 임금 지급 내역을 확인하기 힘든 경우가 적지 않다. 노동자의 통장이나 신분증을 사업주가 관리하거나 임금을 숙식비와 선불금 명목으로 공제하는 방식도 노동자의 이탈을 막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정부는 2026년 7월 고용노동부와 해양수산부, 경찰청,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합동 대응체계를 가동했다. 전국 염전 사업장 765곳을 대상으로 근로계약, 최저임금, 임금 지급, 폭행 및 강제근로 여부를 점검하도록 했다. 국내 염전의 약 80%가 몰린 신안군 관할 지역에서는 불시 근로감독도 진행됐다.

현장 조사에서 폭행이나 강제근로 정황이 발견되면 경찰과 노동 당국이 즉시 합동 조사에 착수한다. 위법 사실이 확인된 사업주는 형사입건하고 해당 염전에는 허가 취소와 정부 지원금 환수 등의 조치를 적용할 방침이다. 피해 노동자에게는 임시 숙소와 생계·의료·법률 지원, 심리 상담을 제공한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7월 30일 염전 노동권 침해를 발견하고 피해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일회성 전수조사와 사업주 자가점검만으로 폐쇄적인 현장의 문제를 찾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 노동자가 사업주 앞에서 조사받거나 지역 관계자들이 조사 과정에 관여하면 피해 사실을 자유롭게 진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천일염 노동 문제는 국내 인권 문제를 넘어 통상 문제로도 번졌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은 2025년 4월 강제노동 의혹을 이유로 전남 태평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에 대해 인도보류명령을 내렸다. 특정 사업장의 문제가 한국산 천일염 전체의 신뢰와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염전 강제노동을 일부 업주의 일탈이 아니라 폐쇄적인 노동환경과 피해자의 취약성, 기업의 인권 책임 부족, 공적 안전망의 부재가 결합한 구조적 인권침해로 판단했다.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와 피해자 중심의 회복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자 개인별 계좌로 임금을 직접 지급하고 근무시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노동자의 신분증과 통장을 사업주가 보관하지 못하도록 점검하고, 정기적인 개별 면담과 예고 없는 방문조사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천일염 유통기업과 대형 판매업체 역시 납품 가격과 품질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생산 과정의 노동권 침해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천일염 산업의 경쟁력은 생산량이나 가격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노동자의 자유와 임금,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소금은 국내외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반복되는 사건을 막으려면 적발 뒤 처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생산과 유통 전 과정에 상시 감시와 인권 실사를 정착시켜야 한다.

댓글 남기기

Korean Post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