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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독재·파쇼’까지…도심 점령한 보수단체의 낡은 색깔론

서울 도심에 일부 보수단체가 설치한 대형 현수막이 등장했다. 정부와 대통령을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 ‘종북’, ‘독재’, ‘파쇼’, ‘국가 파괴’ 등 극단적인 표현을 전면에 내세웠다.

현수막에는 “국가 파괴·종북·독재·파쇼 이재명 물러가라”, “국민이여 깨어나라, 국가가 해체되고 있다”는 문구가 한글과 영어로 적혔다.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라는 주장도 포함됐다.

현수막을 내건 단체는 자유대한민국수호비상대책위원회, 자유대한민국애국단체협의회, 국가비상대책국민위원회,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이다.

정치적 표현과 정부 비판은 헌법이 보장한 자유다. 그러나 구체적인 근거 없이 정부를 ‘종북’과 ‘파쇼’로 규정하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방식은 합리적인 정책 비판과 거리가 멀다. 상대를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색깔론은 정치적 반대자를 토론 대상이 아닌 제거 대상으로 취급하는 언어다.

‘부정선거’ 주장 역시 엄격한 증거와 사법적 판단이 뒷받침돼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관리 부실이나 행정 착오에 대한 책임 규명과 선거 전체가 조작됐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반복하면서 재선거를 요구하는 것은 선거제도와 민주적 절차에 대한 불신만 확대할 수 있다.

현수막에는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고 국방·안보·경제를 파괴한다는 주장도 담겼지만, 이를 입증할 구체적인 자료나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강한 단어를 나열하는 것만으로 주장의 사실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시민 통행이 많은 도심 공간에 적대적 정치 문구를 대형 구조물로 설치하는 행위는 공공장소의 정치적 사유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주의는 반대 의견을 허용하지만, 허위·과장 주장까지 사실로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정책과 사실을 놓고 경쟁해야 할 자리를 ‘종북’과 ‘국가 해체’ 같은 낡은 선동이 대신하고 있다. 이런 극단적 언어는 보수의 외연을 넓히기보다 합리적 보수의 목소리마저 가리고 정치적 고립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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