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로 선출되면서 이재명 정부와 집권여당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섔다. 대표적인 86세대 정치인이 행정부 2인자에 이어 집권여당 수장까지 맡으면서 당정 간 정책 공조는 강화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지난 17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선호투표 합산 결과 54.08%를 얻어 45.92%를 기록한 정청래 후보를 제쳤다. 새 지도부의 임기는 2년으로, 2028년 총선 공천과 당의 선거 전략을 지휘하게 된다.
김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지방선거 승리, 2028년 총선 승리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김 대표를 중심으로 당의 역량을 모아 정부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학생총연합 의장을 지냈다. 1990년대 정치권에 입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좌했고, 1996년 32세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02년에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오랜 정치적 부침을 거쳐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오른 뒤 다시 당대표에 선출되면서 86세대 정치인의 상징적 위치에 서게 됐다.
야권은 김 대표 선출을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밀착한 이른바 ‘친명 체제’의 완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정청래 전 대표가 당권 경쟁에서 패하면서 민주당 내부의 독자적인 권력축이 약해지고 대통령 중심의 당정 운영이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 대표의 당선만으로 대통령이 당대표 선거에 개입했거나 이른바 ‘단일대오’를 직접 구성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명픽’, ‘친위 체제’라는 표현도 정치권의 평가이자 공방의 언어로, 객관적으로 확정된 사실과는 구분해야 한다.
연임 개헌 문제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4년 중임 대통령제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에 대해서는 “헌법상 불가하고 비현실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행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이 개헌안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현행 헌법 체계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곧바로 연임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과 현직 대통령 연임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다.
공소기각 논란은 실제 입법과 연결돼 있다.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중대한 위법 수사를 근거로 공소가 제기됐거나 검찰이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해당 조항이 이 대통령 관련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법률에 명문화한 것으로 특정인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이 대통령 재판에 적용될지는 개별 사건의 수사 과정과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어 현재 단계에서 공소기각을 단정할 수 없다.
김 대표도 조작 기소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 발언은 향후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정치권의 주장과 법원의 판단은 엄격하게 구분돼야 한다.
김민석 체제의 근본적인 과제는 당정 결속 자체보다 권력 집중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있다. 정부 성공을 뒷받침해야 하는 집권여당의 역할과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의회 정당의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세대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김 대표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86세대 정치인의 대표 주자다. 민주화에 기여한 세대라는 역사적 자산이 있지만, 장기간 정치권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세대교체를 지연했다는 비판도 함께 받는다.
김 대표의 선출은 86세대 정치의 재부상인 동시에 그 세대가 성과와 한계를 최종적으로 평가받는 무대가 될 수 있다.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거나 권력 집중과 사법 논란에 매몰될 경우 오히려 86세대 정치 퇴장의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김민석 체제의 출범을 곧바로 운동권 정치의 완성이나 몰락으로 규정하기는 이르다. 분명한 사실은 대표적인 86세대 정치인이 집권여당을 이끌게 됐고, 앞으로 2년 동안 당정 관계와 개헌, 사법제도 개편, 세대교체 문제가 한국 정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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