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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공천권 그늘…동작구의회 파행이 드러낸 지방자치의 구조적 결함

서울 동작구의회가 특정 정당 내부 갈등으로 장기간 파행을 겪은 배경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과도한 영향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내부 인사 갈등이 의회 운영 전반으로 번지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기초의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흔들렸다는 평가다.

문제의 시작은 2020년 11월 동작구의회 의장 불신임 사태였다. 여야 합의로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했음에도 민주당 소속 의장이 이를 번복하면서 불신임안이 상정됐다. 이례적인 점은 정당 간 충돌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 인사들 사이의 갈등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동작갑 지역위원회 소속 인사들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고, 갈등의 배경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당시 상황을 아는 인사들은 구의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인선 과정에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행사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고 입을 모은다. 구의회가 스스로 협의해야 할 사안에 외부 권력이 개입하면서, 기초의원들 사이에서는 ‘눈 밖에 나면 배제된다’는 인식이 퍼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의정 성과 경쟁이 아닌 충성 경쟁이 가속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장 불신임 이후 동작구의회는 소송과 가처분, 재불신임 의결이 이어지며 예산 심의와 결산 등 핵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소송 비용이 구의회 예산에서 지출되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의회 본연의 역할인 집행부 견제는 사실상 마비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공천 구조의 문제점도 함께 드러났다. 동작갑 지역은 지방선거에서 반복적으로 단수공천이 이뤄졌고, 중선거구제 특성상 사실상 무투표 당선이 가능했다. 공천권을 쥔 지역위원장의 영향력이 절대화되면서 후보 검증과 경쟁은 실종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단수공천을 받은 일부 기초의원들은 이후 횡령·공갈 혐의 유죄 확정, 공천 헌금 의혹, 성희롱 논란 등 각종 문제에 연루됐다.

기초의회 내부에서는 국회의원 행사 동원과 지역위원장 지시에 따라 의정 판단이 좌우되는 현실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예산과 조례 심의 과정에서 주민 이익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이는 기초의회가 주민의 대리인으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상급 정치 권력의 하부 조직처럼 전락할 위험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기초의회 무용론으로 문제를 단순화하기보다, 공천권 집중과 종속 구조를 해소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초의회가 사라질 경우 수조 원 규모의 지방 예산에 대한 견제 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기초의원의 예산 절감과 행정 감시 역할이 지역 재정에 기여한 사례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제도보다 운영 방식에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국회의원이 아닌 지역을 위해 일할 인물이 기초의회에 진출하고, 기초의원이 소신 있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당 공천 구조와 권한 배분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당의 자기 성찰과 책임 있는 공천이 없이는 지방자치의 신뢰 회복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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