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서울의 주택가격은 단순한 수급 논리를 넘어 금융자산처럼 움직여 왔다. 장기간의 저금리와 통화 팽창 속에서 아파트는 거주의 수단을 넘어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저장 수단으로 기능했다. 그 결과 집을 가졌는가보다 언제, 어떤 가격에 샀는가가 가계의 재정 궤적을 좌우하는 구조가 고착됐다. 최근 체감되는 자산 불평등의 상당 부분도 이 경로를 통해 확대됐다.
이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앙은행의 통화공급이 실물경제보다 빠르게 늘어날수록 유동성은 금융자산과 부동산으로 먼저 흘러간다. 통화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수록 토지와 주택은 준화폐로 기능한다. 서울 핵심 아파트 가격이 장기적으로 통화량 증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온 것도 국제적 패턴의 일부다.
앞으로 한국 사회는 금리 인상, 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조정, 긴축재정을 동시에 또는 단계적으로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 일정에 따라 속도와 순서는 달라질 수 있지만, 전반적 환경이 악화 국면으로 향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관건은 그 부담이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느냐다. 수십 년 전 낮은 가격에 매입해 장기 실거주해온 가구, 이미 오른 가격에 실거주 목적으로 진입한 가구, 상승을 기대하고 들어온 투기적 보유자를 동일 선상에서 취급하는 정책은 사회적 마찰을 키운다.
주택정책의 기준은 보유 주택 수가 아니라 매입 시점과 실거주 기간이어야 한다. 장기 실거주자에게는 보유세 상승을 물가 수준에 연동해 점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현금흐름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최근 실거주 매수자에게는 가격 급락기 강제매각을 막는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상환 유예, 만기 조정, 이자 완충 같은 장치가 여기에 해당한다.
보상 방식 역시 현금보다 권리형이 효율적일 수 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가구에 청약 우선권, 용적률 상향, 리모델링 인허가 등 개발권을 부여하면 재정 부담 없이도 실질적 보상이 가능하다. 반대로 투기적 보유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손실을 감수하게 해야 시장 규율이 유지된다.
일부 집값 조정은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그 조정이 실거주자의 파산과 사회적 충격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일이다. 가격은 정상화하되 삶은 보호하는 실거주 보호형 조정. 지금 한국 주택정책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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