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추가한 사실이 공식 확인되면서 정부의 늑장 대응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이 이 목록에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지난 10일 처음 제기됐을 당시 정부는 “관계부처와 관련 내용을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정부가 미국의 지정 여부와 그 시점을 최근까지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한미 동맹의 변함없음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작 원자력과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 협력과 관련한 미국의 움직임을 조기에 파악하지 못하며 외교 역량 부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공식 제보’로 사태 인지…대응 시간 부족
미국 에너지부(DOE)는 연합뉴스에 “이전 정부가 2025년 1월 초 한국을 ‘기타 지정 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목록 효력은 다음 달 15일 발효될 예정으로, 특별한 변화가 없으면 한국은 최종적으로 포함된다.
정부는 발효 전까지 미국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남은 시간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이미 지정된 지 두 달이 지난 데다 발효 시점이 임박해 있어 미국 정부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비공식 제보로 해당 내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혀 정부가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이로 인해 한미 간 외교 채널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조 장관은 “심각하지 않은 요인에 의한 일회성일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평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왔다.
바이든 행정부 때 지정…국내 정세 영향 가능성
이번 지정이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처음 보도가 나왔을 당시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조치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윤 대통령이 2023년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 경우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하거나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점이 미 정부의 우려를 샀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한국에서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이어진 점도 미국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이크 설리번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충격적이며 잘못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 벌인 원전 기술 지식재산권 분쟁이 1월 중순에 종결된 점도 이번 결정의 한 요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한국 내 핵 보유 여론, 미국 내 정권 교체, 그리고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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