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말기, 구 일본 육군의 비밀 연구기관인 ‘노보리토 연구소’ 일부가 나가노현 상이나 지역으로 이전돼 각종 특수전 연구를 이어갔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고 있다. 독가스와 생물무기, 풍선폭탄 등 비인도적 전쟁 수단을 다뤘던 조직의 흔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이 전후 수십 년 동안 국가 차원의 공식 기록에서 사실상 방치돼 왔다는 점이다.
현재 나가노현 고마가네시에 관련 자료가 전시돼 있지만, 그 출발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 고교생들의 조사였다. 학생들이 남겨진 문서와 증언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침묵을 이어오던 관계자들이 뒤늦게 입을 열었다. 국가가 수행해야 할 역사 규명 기능이 민간, 그것도 학생들의 손에 의해 겨우 복원된 셈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의도된 침묵이다. 전쟁 이후 연구소 관계자 상당수는 지역에 정착했지만, 연구 내용에 대해 오랫동안 함구했다. 독가스와 생물무기 연구라는 민감한 사안이 개인의 도덕적 책임을 넘어 국가 책임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침묵은 단순한 개인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일본 사회는 불편한 과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보다 주변부로 밀어내는 방식을 반복해 왔다.
전시 현장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일부 문서와 장비, 당시 제작된 자료가 공개돼 있지만 연구의 전모나 지휘 체계, 책임 구조에 대한 설명은 제한적이다. 해설 인력이 이를 보완하고 있으나, 국가 차원의 조사와 비교하면 깊이와 범위에서 명확한 격차가 존재한다.
나가노현 일대에는 이와 유사한 전쟁 관련 유적이 다수 남아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지역 공동체의 노력에 기대어 유지되고 있으며, 국가 차원의 통합적 관리나 교육 체계와의 연계는 미흡하다. 전쟁 책임과 과학기술의 군사적 악용이라는 핵심 쟁점이 공론장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불편한 기억을 외면하는 사회일수록 역사 인식의 왜곡이 심화된다”고 지적한다. 노보리토 연구소 사례는 일본이 아직도 전쟁의 어두운 유산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의 노력에 기대 겨우 이어지는 기록과 증언. 국가가 침묵하는 한, 과거는 반복해서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일본이 외면한 전쟁의 그림자…‘불편한 기억’은 왜 지역에 떠넘겨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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