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한민국 정치권의 중심에서 찬반 여론을 동시에 끌어모았던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전국 단위 정치 현안의 중심에 섰던 모습 대신 최근에는 경기 평택에서 사찰음식을 만들고 주민단체 관계자들과 만나는 지역 활동이 주된 정치 일정으로 등장하고 있다.
조 전 대표는 지난 17일 평택 수도사에서 열린 사찰음식 행사에 참석했다. 수도사는 이날 한국스포츠미래포럼과 함께 사찰음식 축제를 열었고, 조 전 대표도 적문 스님의 지도에 따라 음식 만들기에 참여했다.
조 전 대표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장떡을 직접 만들고 광복절을 기념해 태극기를 형상화한 플레이팅도 했다. 이후 평택 고덕동 통장협의회 관계자들과 만나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진과 지역 현안을 놓고 대화를 나누는 등 생활밀착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 정치인이 주민들과 직접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한 정치 활동이다. 문제는 조국이라는 정치인이 불과 몇 달 전까지 보여줬던 정치적 체급과 현재의 모습 사이의 간극이다.
조 전 대표는 6월 3일 실시된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했지만 27.24%를 얻어 3위에 그쳤다.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34.83%로 당선됐고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가 28.77%로 2위를 기록했다. 조 전 대표는 선거 패배 직후 책임을 인정하며 당 대표직에서도 물러났다.
이 선거 결과가 갖는 정치적 의미는 작지 않았다. 조국혁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전국 단위 정치인으로 움직여왔던 인물이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치른 선거에서 3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 전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조 후보가 31.1%로 유의동 후보 30.6%, 김용남 후보 30.3%와 초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개표 결과에서는 차이가 벌어졌다.
결국 조 전 대표가 선택한 것은 평택에 남는 길이다. 선거 당시 조국혁신당은 평택지원특별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는 등 당력을 집중했고, 조 전 대표도 선거 이후 평택지역위원회 당원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치에서 영향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사찰음식 체험과 통장협의회 방문, 아파트 주민들과의 호프타임이 반복될 경우 정치적으로는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생활정치의 시작’이라는 긍정적인 해석과 동시에 ‘전국 정치인 조국의 퇴장 과정’이라는 냉정한 평가도 가능하다.
과거 조국의 한마디는 여야 정치권 전체가 반응하는 정치 뉴스였다. 지금은 평택의 특정 동네와 주민단체를 찾아다니며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 자체를 폄하할 이유는 없다. 국회의원도, 당 대표도 아닌 정치인이 다시 지역에서 주민을 만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은 정석적인 정치 과정일 수 있다.
다만 ‘조국의 위상은 이제 끝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인의 위상은 과거의 인지도나 지지자들의 충성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선거에서 승리하고, 의석을 확보하고,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현실 정치의 힘이 된다.
현재 조 전 대표에게는 전국적인 인지도는 남아 있지만 이를 실질적인 정치 권력으로 연결할 자리가 없다. 평택을 재선거 패배는 그 현실을 숫자로 확인시켰다.
장떡을 만들고 주민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는 것은 지역 정치의 중요한 장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중앙정치를 흔들던 ‘조국’의 정치적 위상을 생각하면 상당히 한가해진 풍경인 것도 사실이다.
조국이 평택에서 다시 정치적 기반을 만들어 중앙정치로 복귀할지, 아니면 한때 전국을 뒤흔들었던 정치인의 영향력이 지역정치 수준으로 축소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조국이 과거의 조국은 아니라는 점이다. 조개 속에서 다시 진주를 찾겠다는 정치적 서사는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에서 진주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지지자들의 격려가 아니라 결국 유권자의 선택과 선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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