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도쿄의 핵심 주거지 아파트 가격은 숫자만 보면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 전용 55~60㎡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약 23억5000만원, 강남구는 약 19억6000만원, 용산구는 약 18억6000만원이다. 도쿄에서는 치요다구 평균 매물 호가가 약 2억3939만엔, 미나토구 2억2962만엔, 시부야구 1억8463만엔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같은 숫자만으로 두 도시의 집값이 비슷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서울 자료는 실제 거래가를 기준으로 한 반면, 도쿄는 면적이 통일되지 않은 평균 매물 호가를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동일한 기간과 전용면적, 연식, 역과의 거리, 실거래 여부 등을 맞춰야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가격이 형성되는 구조 역시 두 도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서울은 강남·서초·송파를 중심으로 한 핵심 입지에 교육과 의료, 대기업 일자리, 교통망, 재건축 기대감이 집중되면서 높은 희소성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주택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교육과 직장, 미래 개발이익을 함께 구매하는 자산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도쿄는 정치·행정 중심의 치요다구, 글로벌 기업과 외교시설이 밀집한 미나토구, 금융 중심의 주오구, 콘텐츠 산업이 발달한 시부야구, 업무와 교통 중심지인 신주쿠 등 여러 중심지가 철도망으로 연결된 다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수도권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으로 작동하면서 주택 수요가 분산되는 특징을 보인다.
주택을 바라보는 투자 방식도 차이가 있다.
서울은 실거주와 함께 자산 증식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집값 상승 기대가 투자 수요를 자극하고, 금리나 대출 규제 변화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다.
반면 도쿄에서는 임대수익과 현금흐름을 함께 고려하는 투자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역세권 소형 맨션의 경우 월세 수익과 공실률, 관리비, 장기수선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사례가 많다.
부동산 평가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한국은 아파트 단지와 브랜드, 재건축 가능성 등이 가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면, 일본은 토지와 건물을 분리 평가하는 관행이 정착돼 있다. 특히 관리 상태와 장기수선계획, 토지 지분, 내진성 등이 거래가격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공급 정책 역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서울은 개발제한구역과 재건축 규제 등으로 핵심 지역 신규 공급이 제한적인 반면, 도쿄는 역세권 고밀 개발과 대규모 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도심 공급을 확대해 왔다. 다만 최근에는 건설비 상승과 인력 부족 등으로 도쿄 역시 공급 부담이 커지고 있다.
두 도시 모두 공통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같다.
핵심 지역 주택가격 상승으로 젊은 세대와 중산층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통근시간 증가가 사실상 새로운 사회적 비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양극화의 형태는 다르다. 서울은 같은 도시 안에서 아파트 보유 여부에 따른 자산 격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일본은 도쿄권과 지방 간 인구 및 경제력 격차가 심화되는 공간적 양극화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결국 서울과 도쿄는 비슷한 가격으로 보이지만 전혀 다른 원리로 움직이는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은 교육과 일자리, 자산 가치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희소성이 가격을 끌어올리는 구조이고, 도쿄는 거대한 수도권 경제와 철도망, 다핵 도시 구조가 주택 가치를 지탱하는 시장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은 단순히 건물의 가치가 아니라 교육과 일자리, 교통, 도시 구조, 경제활동이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두 도시를 비교할 때는 가격 자체보다 가격을 만들어낸 도시경제의 구조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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