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동시에 치솟는 이례적 현상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y)’라 불리는 이 흐름은 넘치는 유동성과 약달러, 저금리, 저유가 등 이른바 ‘3저(低)’ 환경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국제 금값은 3일 트로이온스당 3908.9달러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2600달러대에서 불과 반년 만에 48% 급등한 셈이다. 일부 투자은행은 단기적으로 4000달러, 최악의 경우 5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금협회는 최근 금값 급등세의 배경으로 ‘포모(FOMO·놓칠까 두려움)’ 심리를 지목했다. 헤지펀드와 기관투자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주식시장도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물론, 선진국과 신흥국 47개국을 포함한 MSCI 세계지수(ACWI)도 올해 들어 18%, 4월 저점 대비 34% 상승했다. 미국, 일본, 한국 등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오름세를 타면서 특정 국가나 업종에 국한되지 않은 ‘전방위 상승장’이 펼쳐지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 종목인 비트코인은 5일 12만5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주식과 금, 가상화폐가 함께 오르는 현상은 통상적인 상관관계로 설명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막대한 글로벌 유동성을 배경으로 꼽는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국경 간 은행 신용은 34조70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각국이 풀어놓은 돈이 여전히 시중을 돌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와 달러 약세, 배럴당 60달러대의 안정된 유가가 맞물리며 ‘3저’ 환경이 조성됐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물가와 재정 리스크, 관세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완화적 통화정책과 달러 약세, 낮은 신용위험이 겹치며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에선 이번 랠리가 ‘풍요 속 불안’의 징후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실물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산시장만 과열될 경우, 통화정책 전환 시 급격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에브리씽 랠리는 ‘끝이 없는 상승’이 아니라, 그만큼 커진 유동성의 그림자를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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