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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텔’의 끝, ‘윈비디아’의 시작…엔비디아·MS가 다시 쓰는 PC 40년



타이베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2026의 핵심은 새로운 GPU가 아니었다. 발표 시작 약 1시간 만에 공개된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선언이었다.

양사는 ‘RTX 스파크(RTX Spark)’를 공개하며 AI 에이전트 중심의 새로운 PC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엔비디아는 이를 “개인 AI 에이전트를 위해 설계된 최초의 윈도 PC”라고 규정했고,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40년 동안 사용자는 앱을 실행했지만 이제는 PC가 일을 하는 시대”라고 정의했다.

이 발표의 의미는 단순한 신제품 공개를 넘어선다.

지난 40년 동안 PC 산업의 표준은 ‘윈텔(Wintel)’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와 인텔의 x86 프로세서 조합이 사실상 글로벌 PC 생태계를 지배했다.

그러나 GTC 2026에서 등장한 새로운 조합은 ‘윈도+엔비디아’다.

양사는 AI 에이전트가 운영체제의 중심이 되는 새로운 컴퓨팅 모델을 제시했다. 기존 PC가 사용자가 직접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명령을 이해하고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협업 수준을 넘어선다.

엔비디아와 MS는 윈도 환경에서 AI 에이전트를 안전하게 실행하기 위한 새로운 보안 구조와 운영체제 기능을 공동 개발했다. 엔비디아의 오픈셸(OpenShell) 런타임과 윈도의 신규 보안 프리미티브를 결합해 온디바이스 AI 에이전트를 구동하는 플랫폼을 함께 설계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최근 강조해온 ‘익스트림 코디자인(Extreme Co-Design)’의 확장판으로 해석된다. 기존에는 칩과 시스템 수준의 공동 설계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운영체제와 AI 플랫폼까지 함께 설계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도 전략적 의미는 크다.

오픈AI 투자 이후 생성형 AI 경쟁의 중심에 복귀했지만 윈도 자체는 여전히 기존 PC 구조에 기반하고 있었다. AI 시대에도 플랫폼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운영체제뿐 아니라 반도체 구조까지 새롭게 설계해야 했고, 그 파트너가 엔비디아가 된 셈이다.

실제로 MS는 GTC 발표 직후 열린 빌드(Build) 2026 행사에서 엔비디아 RTX 스파크 기반 ‘서피스 RTX 스파크 개발자 박스’를 공개하며 양사 협력을 공식화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표를 인텔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한다.

실제 인텔이 수십 년 동안 장악했던 윈도 PC 생태계에 대한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것은 분명하다. RTX 스파크는 Arm 기반 CPU와 엔비디아 블랙웰 GPU를 결합한 새로운 구조다. CPU 설계에는 대만 미디어텍도 참여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더 큰 경쟁 상대는 인텔보다 애플에 가깝다.

애플은 M시리즈 칩을 통해 CPU, GPU, 메모리, 운영체제를 사실상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성능과 전력 효율, 발열 관리, 온디바이스 AI 처리 능력에서 강점을 확보한 배경이다.

RTX 스파크 역시 최대 128GB 통합 메모리와 Arm 기반 CPU, 블랙웰 GPU를 하나의 슈퍼칩으로 묶는 구조를 채택했다. 애플식 통합 플랫폼 모델을 윈도 진영에서 구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위치는 복합적이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초기 RTX 스파크 파트너에는 에이수스, 델, HP, 레노버,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MSI가 포함됐다. 향후 에이서와 기가바이트도 참여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메모리 사업에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RTX 스파크 플랫폼은 최대 128GB 통합 메모리를 지원한다. 온디바이스 AI 모델이 커질수록 고용량 메모리 수요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유리한 흐름이다.

문제는 파운드리와 플랫폼이다.

RTX 스파크는 엔비디아 블랙웰 GPU와 20코어 그레이스 CPU를 결합한 구조이며 CPU 개발에는 미디어텍이 참여했다. 공급망의 중심축 역시 TSMC와 미디어텍 생태계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삼성은 메모리 공급자로서는 수혜를 기대할 수 있지만 플랫폼과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는 존재감이 제한되는 구조에 놓일 가능성이 커졌다.

AI PC 시대의 승자는 단순한 부품 공급자가 아니라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40년간 PC 산업을 지배했던 윈텔 체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질서를 제안하고 있다.

윈텔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면, GTC 2026은 ‘윈비디아’ 시대의 출발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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