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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접시에 담긴 천년의 미학…일본 와쇼쿠의 역사

붉은 칠기 위에 정갈하게 놓인 작은 그릇들. 두부와 생선, 해초, 채소를 조금씩 담아낸 일본 전통 전채요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일본 식문화가 걸어온 천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일본 전통 음식인 와쇼쿠(和食)는 6~8세기 아스카·나라 시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중국과 한반도로부터 불교와 다양한 문화가 전래되면서 일본의 식생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육식을 제한하는 불교 사상의 영향으로 곡물과 채소, 콩류를 중심으로 한 식문화가 자리 잡았고 두부, 된장, 간장 등 발효식품 문화도 발전했다.

794년 시작된 헤이안 시대에는 귀족 중심의 궁중 음식문화가 꽃을 피웠다. 쌀밥과 생선, 채소, 해조류를 여러 그릇에 나누어 담아내는 방식이 정착하면서 현재 일본 정찬의 기본 형식이 형성됐다.

14~16세기 무로마치 시대에는 다도 문화가 발달하며 오늘날 가이세키(懐石) 요리의 원형이 탄생했다. 원래 가이세키는 차 모임 전에 간단히 허기를 달래기 위해 제공되던 소박한 음식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계절의 변화를 음식에 담아내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고급 요리 문화로 발전했다.

에도 시대에 들어서면서 일본 음식문화는 전성기를 맞았다. 도시 인구가 급증하고 상업이 발달하면서 외식문화가 성장했고 스시와 덴푸라, 소바, 우동 등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대중화됐다. 당시 스시는 현재와 같은 고급 음식이라기보다 길거리에서 간편하게 먹는 일종의 패스트푸드에 가까웠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에는 서양 문화가 본격적으로 유입됐다. 육식이 일반화되면서 돈가스와 카레라이스, 오므라이스, 함박스테이크 등 서양 요리를 일본식으로 재해석한 ‘요쇼쿠(洋食)’ 문화가 새롭게 형성됐다.

현대에 들어 와쇼쿠는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에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며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와쇼쿠의 가장 큰 특징은 계절감이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며 음식뿐 아니라 그릇과 상차림까지 하나의 예술로 여긴다. 화려한 장식보다 자연의 색과 형태를 강조하는 점도 특징이다.

사진 속 전채요리 역시 이러한 와쇼쿠 정신을 잘 보여준다. 참깨두부와 조림 생선, 해초 요리, 제철 채소 등을 작은 그릇에 담아낸 구성은 계절의 변화를 표현하고 다양한 맛의 조화를 추구하는 일본 가이세키 요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한 접시 한 접시에 담긴 정갈함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천년 이상 이어져 온 일본 식문화의 역사와 미학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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