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혼인·혈연 중심 가족 개념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비혼 출산과 비독점적 연애, 비친족 동거 등 다양한 형태의 관계가 확산되면서 이른바 ‘법망 밖 가족’이 60만 가구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서 자영업을 하는 30대 여성 A씨는 결혼 없이 출산을 선택하기 위해 올해 초 유럽을 찾았다.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정자 기증 자체는 금지되지 않았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난임 부부 중심으로만 시술이 이뤄지는 구조 때문이다. A씨는 해외 의료기관에서 인공수정을 시도한 뒤 귀국했다.
비혼 출산을 개인의 삶의 방식으로 선택하는 사례는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경험 공유와 정보 교환이 활발해지면서 비슷한 선택을 고민하는 이들의 공감대도 확대되고 있다.
연애와 가족의 형태 역시 다변화하고 있다. 작가 홍승은은 복수의 연인과 합의하에 관계를 유지하는 이른바 ‘논모노가미’ 경험을 공개하며 사회적 논의를 촉발했다. 그는 관계의 형태보다 당사자 간 합의와 존중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혈연이나 혼인으로 묶이지 않은 ‘비친족 가구’는 2020년 약 42만 가구에서 2024년 약 58만 가구로 증가했다. 혼외출산 비율도 같은 기간 2.5%에서 5.8%로 상승하며 변화 흐름을 반영했다.
하지만 제도는 여전히 전통적 가족 구조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동거인 간에는 의료 동의나 법적 보호자 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운 등 현실과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미 제도적 대응에 나섰다. 프랑스는 시민연대협약을 통해 동거 관계에도 세제와 복지 혜택을 부여하고, 네덜란드는 혼인과 유사한 등록파트너십 제도를 운영 중이다. 스웨덴은 육아휴직 권리를 부모의 동거인에게까지 확대했다.
국내에서도 생활동반자법과 비혼 여성의 보조생식술 접근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사회적 합의 부족과 반대 여론 속에 논의는 정체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미 다양한 가족 형태가 사회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만큼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변화된 현실을 반영해 가족의 개념을 확장하는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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