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략 전환을 두고 중국 지도부 내부에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이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워 세계 전략의 무게중심을 서반구로 옮기자, 중국은 이를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미국 유력 언론의 이례적인 분석이 나오면서 중국군 내부에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5 국가안보전략은 중국을 가장 많이 언급한 문서로 기록됐다. 중국은 이를 미국 쇠퇴의 방증으로 해석했다. 특히 아시아보다 서반구를 중시하는 전략 방향, 동맹국에 대한 안보 부담 전가, 중국을 ‘관리 대상’으로 규정하는 어휘 선택은 베이징에 ‘시간은 중국 편’이라는 확신을 강화했다.
국가안보전략에 등장한 먼로주의와 ‘영향권’ 개념 역시 중국의 계산과 맞아떨어졌다. 미국이 불법 이민과 마약, 중남미 질서에 집중하는 동안 동아시아에서의 전략적 개입을 줄일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다. 남중국해와 대만, 동중국해에서 중국식 영향력 확대가 사실상 용인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실제 중국은 최근 항공모함 타격단의 원해 훈련과 러시아와의 전략 폭격기 합동 비행 등 군사적 시위를 이어가며 주변국을 압박했다.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대형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회색지대 전략도 병행했다. 동아시아 질서의 주도권이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행보였다.
그러나 분위기를 흔든 것은 뉴욕타임스의 특집 보도였다. 이 매체는 중국군이 미국 군사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기존 평가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우위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경직된 군사 교리와 방위산업 구조에 안주해온 결과라는 분석이었다. 동시에 미군의 전면적 개혁 필요성을 직설적으로 제기했다.
이 보도는 중국군 수뇌부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최근 중국 내부에서는 군 수뇌부 인사 공백과 권력 갈등이 이어지며 지휘 체계의 불안정성이 노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언론이 중국군의 실질 역량을 냉정하게 재평가하고, 미군 쇄신을 촉구한 점은 베이징의 안도감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결국 중국은 두 개의 상반된 신호를 동시에 마주했다. 공식 전략 문서는 미국의 후퇴를 암시하지만, 미국 사회 내부의 문제 제기와 자기 혁신 요구는 여전히 강력하다는 사실이다. 중국 지도부로서는 미국의 고립주의를 기회로만 볼 수 없는 국면에 들어선 셈이다.
새해 벽두, 베이징의 시선이 워싱턴 정부보다 미국 언론과 군 내부 논의로 향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미국이 정말로 끝났는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로 재정비 중인지를 가늠해야 하는 시험대에 중국이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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