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가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과세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야가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합의하면서 상속세법 개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배우자 상속세 폐지’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고, 정부 역시 상속세 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다만,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할증 폐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함께 상속세 공제한도 확대에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어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세무업계는 정치권의 적극적인 개편 논의를 환영하면서도 배우자 상속세 폐지만으로는 중산층의 세금 부담 완화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현재도 배우자는 최대 30억 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어 실질적인 세 부담 경감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유산취득세 전환과 공제 한도 확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민자산 1.6배 늘 때, 상속세 부담 9배 급증
최근 상속세 개편 논의가 활발해진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상속세 부담이 경제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자산은 2013년 2억 6831만 원에서 2023년 4억 3540만 원으로 약 1.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속세 결정세액은 1조 3630억 원에서 12조 2901억 원으로 9배 급등했다.
상속세를 부담하는 사람도 빠르게 늘었다. 2013년 상속세 과세 대상이었던 피상속인은 6275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1만 9944명으로 3.2배 증가했다. 2000년 상속세 체계를 현행 방식으로 도입할 당시에는 상속세 납부자가 1389명에 불과했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이 상속세 부담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국민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산층도 상속세 대상이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서 10억 원을 넘는 아파트 비율은 2017년 12월 18.7%에서 2024년 3월 기준 52.5%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 아파트를 보유한 국민 절반 이상이 잠재적 상속세 납부 대상자가 됐다.
배우자 상속세 폐지로 절세 전략 변화
배우자 상속세가 폐지되면 ‘배우자 먼저, 자녀 나중’ 전략을 통해 상속 설계를 새롭게 짤 수 있다. 배우자가 상속받은 후 일부를 자녀에게 증여하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산 구성과 상속 시점에 따라 유불리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배우자가 상속받은 후 재산 가치가 급등하면, 이후 자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가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경우, 부동산을 자녀에게 직접 상속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반면, 금융자산은 배우자가 상속받는 것이 생활 안정 측면에서 적절할 수 있다.
또한 현행 상속세는 유산 전체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유산세)이지만, 유산취득세로 전환될 경우 개별 상속인이 받은 유산에 세금이 부과되므로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배우자 상속세 폐지뿐 아니라 유산취득세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세 부담 줄이려면 공제한도 확대 필수
여야는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함께 일괄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행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민주당은 8억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세무업계는 배우자 상속세 폐지만으로는 실질적인 세 부담 완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배우자는 최대 30억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제 한도를 확대하지 않으면 일부 고액 자산가에게만 혜택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배우자가 상속받은 후 자녀에게 다시 상속될 경우, 공제 혜택이 줄어들어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함께 유산취득세 전환, 자녀공제 확대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세무 상담 증가…증여 vs. 상속 고민 커져
상속세 개편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세무업계에는 상속 관련 상담이 증가하고 있다. 증여와 상속 중 어느 것이 유리할지를 미리 알아보려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증여를 고려했던 자산가들도 상속세 개편 이후를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이 증여보다 상속이 나을지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며 “배우자 상속세 폐지뿐만 아니라 공제한도 확대, 유산취득세 전환 여부까지 고려해 장기적인 절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야가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할증 폐지 등에 대해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공제한도 확대는 합의가 이루어진 만큼 이번 상속세 개편 논의는 이전보다 더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상속세법 개정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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