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한 초등학교 운동회 풍경은 단순한 체육행사를 넘어 ‘교육의 현장’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일본의 운동회는 행사 자체보다 그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은 물론 가족들까지 팀 색깔에 맞춰 옷차림과 장식을 갖추고 응원에 나선다. 운동회를 위해 특별한 차림을 한다는 것은 그날을 특별한 축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학교는 학생들을 청·녹팀과 황·백팀 등 네 팀으로 나눈 뒤 다시 두 팀씩 묶어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경험하게 했다. 학부모들 역시 노란 머리띠를 하거나 파란색 치마를 입고 응원에 참여했다. 이날 도쿄 기온은 15도 이하로 쌀쌀했지만 기자 역시 녹색 니트를 입고 운동장을 찾았다.
최근 한국에서는 안전 문제와 학사 일정 등을 이유로 운동회가 점차 축소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본의 운동회 현장은 운동회 역시 ‘교육’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장애물 릴레이 경기에서는 상급생이 하급생에게 2인3각 달리기 요령을 알려주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운동회 준비 과정 자체가 경험의 전수이자 성장의 확인 과정이 되고 있었던 셈이다. 단체경기 역할 분담 역시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끼리 의논해 결정한다고 했다.
교사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경기 사이마다 운동장을 재빨리 정리했고, 일부 교사는 맨발로 뛰어다니며 아이들을 챙겼다. 아이들이 달릴 때는 옆에서 함께 뛰며 큰 목소리로 응원했고, 혹시라도 다칠까 세심하게 살폈다.
기마전처럼 승패 판정이 애매한 종목에서는 아이들에게 이의를 제기할 기회도 주어졌다. 교사들은 왜 그런 판정이 내려졌는지 차근차근 설명했다. 규칙을 이해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정, 그리고 상대 팀을 축하하는 태도까지 모두 교육의 일부로 다뤄지고 있었다.
운동회 마지막, 여성 교장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올해 교훈에는 ‘단결과 전력’이 추가됐지요. 오늘 단결은 잘 되었나요? 전력을 다했나요? 집에 돌아가서 스스로 잘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이 오늘 ‘전력을 다하는 재미’를 느꼈기를 바랍니다.”
‘전력’이라는 말에는 흔히 죽을 힘을 다하는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교장이 강조한 것은 경쟁의 긴장감이 아니라 “재미”였다. 공부든 운동이든 결국 오래 지속하게 만드는 힘은 흥미와 즐거움이라는 점을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하고 있었던 셈이다.
실제 운동장을 보며 느낀 것은 아이들보다 교사들이 먼저 축제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 자체가 교육이었다.
운동장에는 흑인 학생도 있었고, 서구권 혈통으로 보이는 학생도 있었다. 학부모들 역시 다양한 외모와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일본인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염색 머리와 장발, 수염 차림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서로의 차이를 굳이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운동회는 말 그대로 자유로운 공간처럼 보였다.
도쿄의 초등학교 운동회는 결국 한 가지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교육은 경쟁 이전에, 함께 즐기며 배우는 경험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 운동회가 보여준 ‘축제형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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